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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괜찬타! 정숙아를 보고

솜석대 2016.04.03 01:19 조회 수 : 553






<괜찬타! 정숙아>를 보고 장애인의 자아 찾기와 홀로서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회적 기준은 신체 혹은 정신적 불편함에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상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각각의 삶의 과정과 유형이 다를 뿐이지 그 본질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존재 이유 또한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하며, 수많은 인간군상의 각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풀어내는
것이 특히 연극, 드라마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뇌병변으로 인해 5살이
될 때까지 할머니의 등에 업혀 다니고, 혼자서는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정숙이는 그
누구보다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생각과 자신감을 가진 인간이다. 정숙이의 결정에 대해 항상
믿고 응원하는 그녀의 어머니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할머니, 차가운 현실에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하면서도 딸을 무척 아끼는 아버지까지,
그녀의 곁에는 그녀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 하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들이 굳건하게 서 있다. 극의 중간에 정숙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도
잠시, 군대에 간 동생 컴퓨터로 장애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장애인등급제와 의무부양제.
<
괜찬타! 정숙아>는 현정부의 복지정책이
진정 복지를 수혜자를 위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장애에도 등급을 나누어 1급과 2급까지는 신체적 활동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자를 지원하고, 3급부터 5급까지는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여 활동보조자를
지원하지 않는다. 극에서도 언급이 되었는데, 와상상태로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오른쪽 팔은 움직일 수 있어서 활동보조자를 지원받지 못하는 아이러니. 세상의
햇볕을 쬐고 싶어도 복지정책 그 자체가 갖는 사각지대로 인해 또 좌절하는 자들이 생겨난다. 장애문제, 혹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 최근 많이 드러나고 있는 아동학대
등 약자, 소외된 자들의 문제는 그 개인이 극복해야 할 것이라기보다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여 접근해야 한다. “아버님, 이 문제는
아버님과 제 문제이기도 합니다!” 라는 극중 야학 선생님의 대사가 현재 우리가 갖는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며
나 스스로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해결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주인공 정숙이가 보통사람처럼 살수
있다는 희망, 집을 나와 자립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삶을 어떻게 살지를 말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고 나는 내 자아를 갖고 진정한 나의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반추하게 되었다.



소극장 연극을 많지 접하지 않는 나로서는 극단 함세상의 가까운
무대가 처음에는 신기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물리적 거리가 가까우면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지는
것이 맞는 말인지, 정숙이와 할머니, 엄마, 아빠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들의 실감나는 목소리와 대사가 마치 내가 그 가족의
일원이 된 것마냥 가깝게 느껴졌다. 아리스토텔레스적 극의 방식은 극 자체가 가짜라는 것을 숨겨야 한다. 하지만 <괜찬타! 정숙아>는 그와 반대로 배우들이 무대 밖으로 아예 사라지지 않고 장면이 끝나면 무대 귀퉁이로 다가가 잠깐 섰다가
바닥에 앉아 다음장면을 기다린다. 이런 모습을 관객들은 모두 지켜보게 되고 또한 관객들을 극 안으로
불러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 또는 야유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설정해 극을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런데도 나는 몰입이 깨진다거나 어색한 느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내가 극에 참여하고 있고 배우와 관객이 상호간에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다양한 소품과 그것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극의 후반부에 나온 의무부양제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여준 인형극 또한 섬세한 움직임이
실감났으며 그 슬픈 감정과 안타까움이 엄청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립과 자유를 원하는 인간 이정숙의 이야기를 보며 느낀 바가
굉장히 많았다. 나 자신에 대한 반성, 사회적 소외계층에
가해지는 억압과 그에 따르는 문제, 그 해결방법, 더 나아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을 같은 인간 존재로 인식하고 개개인의 특별한 삶의 모습을 존중하는 것까지.
나와 생각을 나누는 친구들과 나의 가족들에게 곡 추천 해주고 싶은 연극이었다. 즐거우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갖게 해준 연극<괜찬타! 정숙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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