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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함께사는세상

공연을 보고












2014. 11. 06. 목. 19:30. 예전아트홀(대명동 계대 근처)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연극, '태양의 땅'을 지인들과 함께 보러갔다.
연극을 좋아하는지라, 내용은 전혀 모른채, 그냥, 그냥 보러 갔다.
아는 것은 딱 하나, 인재 형님이 출연한다는 것.
 
그렇게 한시간 반을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집중해서 봤다.
개인적으로 '와~ 재밌다.' 라고 할만큼 재미가 있는 연극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다.
보면서 이 극은 국내외 원폭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연극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더해, 세월호 희생자들도 기리고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극이 끝나고나서 리플렛을 보니, 연극의 내용이 나온다.
 
 '이 작품은 국내외 원폭 피해자들과,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들,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시며 태양의 땅을 만들고 계시는 밀양, 청도의 할머니들. 이 모든 이들을 위한 굿놀음이다.'
 
최근, 일본어 수업을 통해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는 부분들이 있었던지라, 이 연극이 내게 더 다가왔던 것 같다.
 
여러 부분에서 좋았지만, 특히나 좋았던 대사들이 있어서 기록해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좀 나눠보자면.
 
 '바람의 향기는 매일 다르다'
 
아,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 이 대사 하나가 내 뒷통수를 탁 쳤다. 매일 맡는 바람의 향기, 나는 온전히 느끼지 못했구나 싶었다.
 
 '꿈을 꾸었군요!'
 
이 대사는 어떤 장면인지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최근 어떤 나눔을 보고, 아, 나도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걸까? 꿈깨자!라고 생각했던 것 때문에 기록해뒀던 것 같다.
 
 '있다고 믿으면 있는거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거다'
 
이 대사도 확 와닿았다. 최근, 내 화두였던 나를 가두는 생각과 이어지는 얘기인데, 무언가에 대해 한계를 지으면 딱 그만큼만 되는 것이고, 한계를 짓지 않고 무한하다고 생각을 하면 무한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있다고 믿으면 있는거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거다. 요즘 여실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기록해뒀다.
 
 '환청,환각의 동굴...'
 
이건 대사는 아닌데, 환청과 환각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이나 주입된 것들로 인해, 상처들로 인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환각을 보며, 환청을 듣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런 환각이나 환청을 거부한다고 하면서도 내 안에서는 내가 보고싶고 듣고싶어하는 것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해봤다.
 
 <함께 부르는 노래>
 이 아이들아 저 아이들아 해 한 덩어리 캐러가자
 종달 바구니 옆에 끼구 호미 하나 둘러 메구
 깊고 깊고 깊은 땅 해 한 덩어리 캐러가자.
 살랑살랑 찬물에 첨벙첨벙 담궈서
 참기름 간장 치나 마나 해 한 덩어리 삼켜보자
 우리 동무 한입물고 내 한입 물고 꿀꺽꿀꺽
 이 아이들아 저 아이들아 해 한 덩어리 캐러가자
 
극 중에 나오는 노래인데, 가삿말도 참 아름답고 곡도 참 좋았다. 북,장구 등 전통 악기에 의해 연주되며 불러지는 이 곡과 가사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국악 리듬을 들으면 참 좋다. 거기에 더해 아름다운 가삿말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였다. 특히, '해 한덩어리 캐러가자~' 라는 가삿말...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따뜻하고 벅찬 느낌이 참 좋았다.
 
 '함께 울어주지 못한 죄...'
 
이 대사는 들으면서 참 미안해졌다. 고통받은 그들에게, 고통받고 있는 그들에게 말이다. 내가 그들이 아니라 온전히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 이어져 있는데,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함께 울어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미안함에 이 대사가 내 가슴을 콕콕 쑤셨다.
 
 '태양의 땅'이란 제목을 곱씹으면서,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하고 아름다운데 왜 거기에 뭘 더하고 개발하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일부 사람들의 욕심때문에 이 자연, 이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 조금 안타깝고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극 마지막에 가서는 눈물이 조금 글썽였다. 행복이나 기쁨의 눈물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대한 눈물이었던 것 같다.
 
 극을 보면서 떠오른 시가 하나 있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이 시를 읽으면 참 따뜻해진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
'태양의 땅'은 이 시에 나오는 그런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마친다.
이번 주말까지 공연을 하니, 대구에 사는 분들은 한 번 가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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